[공연소개]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 기념 축하공연
한강 작가가 직접 작사, 작곡하고 노래한 <12월 이야기>의 배경이 된 연극 <12월 이야기>가 2005년 12월 초연을 올린 후 20년 만에 같은 제목으로 다시 무대 위에 올라갑니다
극 중의 무대인 카페 공간을 실제로 존재하는 서울 종로의 유서 깊은 장소 반쥴의 스테이지를 그대로 활용하여 구현합니다
아름다운 소통을 꿈꾸는 밤
기쁨과 열정의 에너지가 충만한 황홀한 시간으로
특별한 당신을 초대합니다
이 작품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집에 관한 이야기이다.
공연의 전체 무대인 카페는 길 잃은 춥고 쓸쓸한 영혼들의 아늑하고 작은 집이다. 집이라는 공간은 그곳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온갖 목소리들과 냄새로 버무려진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보금자리이다. 인간의 생애는 그 집에서 태어나 자라고 꿈을 꾸고 사랑을 하며 어디론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고 결국 나이를 먹고 성숙해지면서 완성되어 가는 것이리라.
이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숨을 쉬고 있는 한 채의 집.
카페 <12월 이야기>는 이 카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유년시절의 그리운 집이자 마음의 은둔처 역할을 한다. 어렸을 때 그 속에 들어가 잠들곤 하던 오동나무 장롱이나 참나무 궤처럼 오래된 먼지의 입김이 서려 있는 책상서랍 혹은 추억의 무늬가 아로새겨져 있는 다락방 같은 느낌이 드는 곳. 그래서 사람들은 이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에 모여 영혼의 상처가 난 부위를 서로 어루만지고 다독이며 위로한다. 마치 사제나 신부에게 고해성사를 하듯 이 공간 안에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의 정서적 교류가 충만한 곳, 그곳이 다름 아닌 이 세상에 오직 단 하나뿐인 카페 <12월 이야기>다. 그들의 겨울 이야기는 밤이 새도록 끝없이 이어진다.
한 해가 저물어가는 어느 날 저녁,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도시의 소극장 겸용 카페 <12월 이야기>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든다.
카페 주인인 연극배우 허초희는 전성기가 지난 여배우로 연극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지만 무대에 선 지는 꽤 오래됐다. 그녀의 단짝 친구 조선주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나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는 꿈꾸는 몽상가이다. 이들의 친구인 지방방송국 기자 강동우 역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허세를 부리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인물이다. 허초희와 강동우와 조선주는 서로 지난날 아픈 사랑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이 카페의 단골인 주민센터 직원 노유리는 작가 지망생으로 현실과 이상의 괴리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부모 대신 자신을 길러준 외할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가슴 속에 품고 산다. 노유리의 친구 한상원은 천문학을 전공한 대학원생으로 강의실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교수 이영지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키워가고 있는 동시에 스페인으로 기타 공부하러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 그의 선생인 번역가 이영지는 스스로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나이를 뛰어넘는 순수한 사랑을 꿈꾸지만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에 그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할 거라는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있다.
한편 카페에 자주 들르는 사진작가 남영호는 폐허로 변해버린 분쟁지역을 찾아다니다가 자신 속에 숨어있는 폐허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사랑을 알지 못하는 남자다. 그와 동거하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미스터리를 간직한 신비한 여인 장마리는 변화 없는 생활을 답답해하며 무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끝내 사랑의 완성에 이르는 길을 찾지 못한다.
그들은 어느 순간 현실을 초월한 환상의 세계를 꿈꾸기 시작한다.
꿈과 현실의 순간이 교차하는 카페에서 여덟 명의 소우주는 황주리의 그림 <그대 안의 풍경>에서처럼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서로 다른 분신들을 마주친다. 나를 비추는 거울로 존재하는 내 안에 존재하는 타인의 삶.
유년의 아늑하고 그리운 시절을 기억하는 긴 긴 겨울밤
진실한 사랑을 꿈꾸는 외로운 영혼들이 기대와 설렘을 안고 카페로 모여드는데.